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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나무의자/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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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6회 작성일 2025-04-17 07:40: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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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자/유홍준

마당 가에 버려진
나무의자
뿌리를 내린다 푸른 이파리가 돋는다

서까래 내려앉는 백 년이 흐르면
빈집은
꽃 피는 의자들로 가득 차리라

엄마의자는 엄마의자를
낳고 아기의자는 아기의자를
빈집 가득 낳으리라 어떤 의자는 지붕 위에 올라가 앉으리라

지붕 위의 의자는
龍床보다 더 높이 오, 의자 앞에
나는 무릎을 꿇고 한 말씀 내리기를 기다리리라

당신이 버리고 간 빈집
의자
용문사 은행나무 뿌리를 내린다

- 『喪家에 모인 구두들』(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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