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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슬픈 애인/이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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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8회 작성일 2025-04-16 08:53: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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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애인/이도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너의 아름을 잊을 때까지
흰 망초꽃 모가지 같은
내 슬픈 애인이여
아무리 걸어도 그대에게
닿을 수 없다 사랑의 말씀 흩어지고
그대가 남겨놓은 작은 글씨들
낡아서 괴로운 짜라투스트라여
너는 거기에 단발머리 눈물을
흘려놓았느냐 그대는
작은 나에게 영원히 없으나
그대가 부려놓은 사랑의 말들
해가 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바다를 달아날 수 없는 배로 출렁이며
아직도 막막히 갇혀 있나니
먼지 수북한 책을 털어
나는 차마 다시 펴보지 못하리
날개를 접고 내려앉은 너와 내 사랑
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을
밝히지 못하는 작은 등불처럼
옛사랑은 하얗게 하나 둘
기억 속을 빠져나와 나도 이제
백발이 검은 머리카락에 섞이나니
그 환한 웃음
단 한번 내게로 오라
와서 잊혀지라 부질없는 기억이여
어서 달려나와 내 머리를 백발로 덮으라
너의 이름마저 잊을 때까지

- 『너는 꽃이다』(창작과비평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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