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이종형 > 아

애월/이종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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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사랑을 고백하기 좋은 장소가 아니야
다녀간 열에 다섯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소문이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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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들이 뱉어낸 탄식이 쌓여 더 푸르러진
그 바다를 바라보며 지금 뉘우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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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 풀어헤친 채 둥둥, 겨울 파도 위에 떠오른 여인을 기억해
구급차는 경적을 죽인 채 응답 없는 신호만 바다로 보내고 있었지
달빛이 자꾸 손에서 빠져나가 잡히지 않자
스스로 달이 되려 했다는데 그건 그냥 소문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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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는 배를 띄워본 지 오래,
작은 배 몇 척 눈물 같은 실금으로 몸이 갈라지고 있어
사랑은 그렇게 낡아가고
모든 약속도 끝내는 금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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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은 죽은 이들을 위한 처소
그러니 나 없이 돌아온 당신은
이 바다 위에 뜬 달빛을 붙잡으려 하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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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은,
애월 바다는 그냥 담담하게 바라만 봐
부디 이 깊고 푸른 물빛에 마음 뺏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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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삶창,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