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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개민들레/이종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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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3 07:27: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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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민들레/이종형

괄시해선 안 되는 목숨들이라고
유월의 햇살이 말했다

토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방을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작고 여린 목숨일지라도
저항의 방식 하나쯤은 있는 법
여린 홀씨 하나로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노란 꽃대 밀어 올리는 저 견고한 힘

이제 여기가 내 집이라고 명토 박듯
그렇게 섬의 생명으로 거듭 환생한
노란 꽃 무더기들이
한라산 들판에 피어 흔들리고 있다

제 근본이었던 땅을 떠나고 싶어 떠났겠냐고
바다 건너 이 섬까지 흘러오고 싶었겠냐고
살아보겠다고 씩씩하게 살아보겠다고
연삼로 꼼장어구이 집에서 서빙하던
베트남 여인 꿍웬
그는 오늘도 노랗게 노랗게 웃고 있을까

​-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삶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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