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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겨울 민박/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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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3회 작성일 2025-04-12 19:53: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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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민박/유안진

자고 나니 낯선 마을은
홀연 득도 성불한 雪國
문득 겁나라
볼 것 못 볼 것 다 보아내며
때묻혀온 눈길로 눈곱낀 눈으로 핏발선 눈초리로
바라만 보아도 죄 될까봐 떨려라
하물며 교양 품위의 탈을 쓰고
세치 혀 밑에 도끼날을 감추고
겉치레 인사치레 사탕발림도 왜 아니했을 죄목까지
낱낱이 조목조목 문초받으러 홀로 생포된 듯
아찔한 불호령 등줄기 금방 내려칠 듯한데
워어어리이!
난데없는 이승의 이름
세상의 대명사를 부르는 쉰 목청 기인 울림
샛바람 소리내며 눈가루를 털고 간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극락이라더니
오오 나는 아직도 개똥밭에 있구나.

 - 『봄비 한 주머니』(창작과비평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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