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이재무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299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046
  • H
  • HOME

 

[이재무] 서해/이재무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4-12 19:39:16 댓글 0

본문

서해/이재무

물결의 잔주름 타고 오는, 결 고운,
어둠의 실로 몸을 휘감고
저무는 서해를 본다
내 정든 얼굴들은 저 먼바다를 건너가서
부드러운 바람이 되어 돌아오거나
숨찬 별이 되어 이마에 뜨곤 하였다
내 가슴속에는 몇 개의 모난 돌들이
박혀 있다 바다가 잠든 아기처럼
순할 때가 사실은 위험하다
가랑잎처럼 위태로운 섬 하나
자맥질 끝에 수평으로 몸을 눕힌다
둥둥, 아직 임자를 만나지 못한
죽음이 떠다닌다 바다의 얼굴은
다 식어버린 국물처럼 흐리다
두 손으로 바다를 떠서
머리카락을 건져 올리며 한 아낙이 울고 있다
출렁거리는 저 여자의 수기를
오늘 밤, 나는 마저 다 읽지 못하리라
나는 쥐고 있던 뜨거운 돌을,
바다에 몸을 내주고 있는 개펄 깊숙이
내려꽂는다 살[肉]에 와 거듭 스미는
이 뭉클한 진흙의 슬픔을 나는,
사는 동안 내내 놓지 않으리라

- 『위대한 식사』(세계사, 20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