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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인생/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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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3회 작성일 2025-04-12 19:21: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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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재무
 - 애월에서

저무는 먼바다 먹빛으로 잔잔한데
방파제 둑 위, 할머니 한 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네, 유모차 밀며.
흑백의 풍경 속 몇 겹으로 주름진 시간
고여 출렁이고 있었네
저무는 먼바다 하늘로 이어지는 수평선에서
노을은 가지를 떠나는 꽃잎같이 점으로
흩어져 선홍이 낭자한데
거북처럼 낮게 웅크린, 지금은 다만
묵직한 침묵으로 밤을 기다리는,
밤이 오면 어화 피고 먹물 튀기며
비린내 땀내 진동할 오징어잡이 선박들
등 뒤에 두고
방파제 둑 위, 등이 활처럼 휜 할머니 한 분
천천히 실루엣으로 걸어가고 있었네,
아주 먼 미래를 밀며.

- 『푸른 고집』(천년의시작,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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