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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패랭이꽃/이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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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1회 작성일 2025-04-12 13:52: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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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꽃/이건청
- 어머니

 패랭이꽃은 없다. 영등포구 개봉동 쪽 2층 문에 기대어 손을 흔드시던 작은 꽃, 패랭이꽃은 지고 없다. 가는 줄기에 작은 꽃 매달고 서 언제나 나 사는 쪽 바라보시던 꽃, 대학병원 20층 집중치료실 병상 산소호흡기 달고 누워 계시던 꽃, 나중에 하늘 나라에서 만나자시던 여든 두 살 파싹 마른 손, 사그러든 심장 때문에 폐에 물이 차오른 꽃, 신장도 간장도 신열에 싸인 채 바람에 불리던 작은 꽃 이제 알부민 주사도 링겔도 버리고 그냥 하늘이 된 꽃, 가거라, 잘가 힘든 목소리로 흔들리고 있는 야윈 꽃.

-  『석탄 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시와시학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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