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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호수/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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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7회 작성일 2025-04-08 19:05: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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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이병률

호수 위 작은 배 하나

마주 앉아 기도를 마치고
부둥켜안는 두 사람을 보았습니다

끌어안았던 팔을 풀자
한 사람이 일어났습니다
배는 흔들리고
다른 한 사람도 놀라 일어나자
위태롭게 다시 배가 휘청였습니다

먼저 일어난 한 사람이 물로 뛰어들더니
헤엄을 쳐서 배로부터 멀어져 갔습니다

멍이 드는 관계가 있습니다
멍이 나가는 관계가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첫 별은
잠시 후면 이 호수에 당도해
홀로 남은 채로 멍이 퍼지고 있는 한 사람을 끌어줄 것입니다

호수 위에 작은 배 하나
고요밖에는 아무 일도 없는데
푸드덕 물새가 날아오릅니다

아무 일도 없는데 꽃이 피고 피는 건
꽃도 어쩌지 못해서랍니다

-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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