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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 안부/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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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걸어놓고 말이 없네
누구신가, 문득 어둑해지는 저쪽
눅눅하게 불어오는 옅은 숨소리 너머, 어디
외딴 산막 허물어져가는 흙벽에
후두둑, 듣는 빗방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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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 끝에 나와 앉은
하얀 맨무릎이 소나기에 대책 없이 젖듯
누가 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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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한 한낮
속수무책 귓속으로 들이치는 소낙비
소낙비, 뒤꼍에 널어놓고 깜박 잊어버린
고추멍석만 한 옛 기억이 젖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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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덜컥 들켜버린 죄만 같아서
누구냐고 묻다가
무슨 일이냐고 달래다가 끝내
누군지도 모르는 저쪽에 대고
미안하다, 말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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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또 마음 단속을 잘못하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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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할 그 무슨 설움 같은
먹장구름이 울컥,
흐린 마음을 빠져나와 실없이 안부나 묻자고
저기, 저렇게 들판 가득 자욱이 몰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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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규,『밥그릇 경전』 (실천문학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