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어등역/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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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등역/이동순
- 예천 독양리 김말분 할머니의 회고
내 나이 겨우 서른 넘어
남편을 떠나보냈지요
아비 잃은 남매를
보따리장사로 키웠습니다
예천 땅 영주 땅 구석구석 돌다가
해 지고 별 초롱초롱한
역에 내리면
깊은 서러움으로 눈물이
앞을 가렸지요
어미 기다리다 잠든 아이들을 깨워
늦은 저녁을 먹였어요
이제 그 아이들 자라서 다 떠나가고
나만 혼자 남아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지킵니다
함께 장사 다니던
이웃 할머니만 가끔 놀러옵니다
새벽녘 잠이 깨어 철길 쪽을 내다보면
막차에서 내려 지친 모습으로 걸어오던
내 모습이 보입니다
알 낳으려고 물길 거슬러 오르다가
댐에 가로막혀 더 이상
못 오르고 허둥대는 물고기처럼
어둠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어등역
- 이동순,『마을 올레』(모악, 2017)
- 예천 독양리 김말분 할머니의 회고
내 나이 겨우 서른 넘어
남편을 떠나보냈지요
아비 잃은 남매를
보따리장사로 키웠습니다
예천 땅 영주 땅 구석구석 돌다가
해 지고 별 초롱초롱한
역에 내리면
깊은 서러움으로 눈물이
앞을 가렸지요
어미 기다리다 잠든 아이들을 깨워
늦은 저녁을 먹였어요
이제 그 아이들 자라서 다 떠나가고
나만 혼자 남아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지킵니다
함께 장사 다니던
이웃 할머니만 가끔 놀러옵니다
새벽녘 잠이 깨어 철길 쪽을 내다보면
막차에서 내려 지친 모습으로 걸어오던
내 모습이 보입니다
알 낳으려고 물길 거슬러 오르다가
댐에 가로막혀 더 이상
못 오르고 허둥대는 물고기처럼
어둠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어등역
- 이동순,『마을 올레』(모악,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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