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섭] 산까치 울면/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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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까치 울면/이홍섭
팥배나무 정수리에서 아침부터 우는 산까치 두 마리
빈 수곽처럼 적막했던 절간이 갑자기 부산해진다
한양 한복판에 외아들만 달랑 두고 왔다는 공양주 보살은
오랜만에 점심공양으로 국수를 준비하고
수절과부 법당 보살은 걸레를 꾹 짜서 마루를 한 번 더 훔친다
마당을 쓸다 말고 자꾸만 일주문 쪽을 내다보는 늦깨끼 행자
호랭이 노스님은 문을 빠꼼이 열고는
섬돌에 놓인 흰 고무신을 가만히 방 안에 들여놓으신다
- 이홍섭,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세계사, 2005)
팥배나무 정수리에서 아침부터 우는 산까치 두 마리
빈 수곽처럼 적막했던 절간이 갑자기 부산해진다
한양 한복판에 외아들만 달랑 두고 왔다는 공양주 보살은
오랜만에 점심공양으로 국수를 준비하고
수절과부 법당 보살은 걸레를 꾹 짜서 마루를 한 번 더 훔친다
마당을 쓸다 말고 자꾸만 일주문 쪽을 내다보는 늦깨끼 행자
호랭이 노스님은 문을 빠꼼이 열고는
섬돌에 놓인 흰 고무신을 가만히 방 안에 들여놓으신다
- 이홍섭,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세계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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