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원짜리 면도기/이홍섭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487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234
  • H
  • HOME

 

[이홍섭] 백 원짜리 면도기/이홍섭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50회 작성일 2025-04-06 16:40:54 댓글 0

본문

백 원짜리 면도기/이홍섭

플라스틱 바가지에 물 한 바가지 떠 놓고
백 원짜리 면도기로 노스님의 머리를 깎아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주 먼 먼 어느 날, 지금의 나보다 몇 곱절이나 어린 나이에 집 떠난
노스님의 머리는 천봉만봉 내설악을 닮았습니다

백 원짜리 면도기는 계곡을 오를 때마다 고목의 밑동을 제대로 자르지 못해
암벽에 핏자국을 남기곤 했습니다

물 한 바가지가 벌겋게 물들 때까지 삭도질은 계속되었지만
노스님은 칼을 맡긴 채 멈추라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백 원짜리 면도기를 볼 때면, 그 깊은 내설악 골짜기와
몰래 내다버린 붉디붉은 피 한 바가지가 떠오릅니다

- 이홍섭, 『검은 돌을 삼키다』 (달아실출판사, 201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