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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사흘 민박/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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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42회 작성일 2025-04-06 15:28: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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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민박/이상국

무청을 엮던 주인이 굳이 뭐 하는 사람이냐고 해서
시 만드는 사람이라고 일러주었으나
노는 가을 며칠을 거저 내주지는 않았다
세상의 시인이 그러하듯 오늘도
나 같은 게 있거나 말거나
주인 내외는 근사하게 차려입고
읍내로 잔치 보러 가고 나는
지게처럼 담벼락에 기대어
지나가는 가을을 바라보았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건 없었으나
별로 해준 게 없었다
돌아가면 이 길로 지구를 붙잡아매든가
아이를 하나 더 낳았으면 좋겠다
스승은 늘 분노하라 했으나 때로는
혼자서도 놀기 좋은 날이 있어
오늘은 종일 나를 위로하며 지냈다
이윽고 어디선가 시커먼 저녁이 와서
그쪽으로 들오리떼 폭탄처럼 날아간 뒤
나는 라면에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땀을 흘리며 먹었다

- 이상국,『달은 아직 그 달이다』(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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