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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섭] 미장센 /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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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73회 작성일 2025-02-11 08:26: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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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센 / 윤의섭

 꿈속에서
 공원 벤치에 앉은 아이의 뒷머리가 있었다
 꿈에서 벌어진 사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이였는데
 왜 거기 앉아있었을까

 허름한 골목
 폐타이어 화분에 핀 채송화를 슬쩍 스쳐가는 바람은
 불어야만 했던 것이다 단역배우처럼
 서툰 벽화는 꼭 서툴러야 했고
 담장 위를 걷던 고양이에겐 기억나지도 않을 오후겠지만

 그래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잊을 수 있다는 기적으로
 밥이 넘어가는 것이다
 그토록 사소한 종말들

 악몽을 꿨는데 아이의 뒷머리가 또 놓여있었다
 채송화는 시들어 죽었고
 그 곁으로 바름은 여전히 불어야만 했다
 산 너머에선 천둥치며 비구름이 몰려오고

 나는 얼마나 잠깐 화창했던 생물이었던 걸까
 비가 오기까지 나는 벤치에 앉아 있다
​ ​
 - 『딩하돌하』 2019 봄호, 딩하돌하, 2019, 15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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