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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무의 페달을 밟으며/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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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2회 작성일 2025-01-15 16:34: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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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의 페달을 밟으며/유하
    - 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두개의 은륜이 굴러 간다.
엔진도 기름도 없이 오직
두다리 힘만으로
은륜의 중심은 텅 비어 있다
그 텅 빔이 바퀴살과 페달을 존재하게 하고
비로서 쓸모 있게 한다
텅 빔의 에너지가 자전거를 나아가게 한다
나는 언제나 은륜의 텅 빈 중심을 닮고 싶었다
은빛 바퀴살들이 텅 빈 중심에 모여
자전거를 굴리듯
내 상상력도 그 텅 빈 중심에 바쳐지길
그리하여 세속의 온갖 속도 바깥에서
찬란한 시의 月輪을 굴리기를 꿈꾸어 왔다
놀라워라, 바퀴 안의 無가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희망의 페달을 밟게 한다
바퀴의 내부를 이루는 無가
은륜처럼 둥근 생의 노래를 부르게 한다
구르는 은륜안의 無로
현현한 하늘이, 거센 바람이 지나간다
대붕의 날개가 놀다 간다
은륜의 비어 있음을, 무를 쓸모 없다 비웃지 말라
그 텅 빈 중심이 매연도 굉음도 쓰레기도 없이
시인의 상상력을 굴린다
길이여, 나를 태운 은륜은 게으르되 게으르지 않다
무의 페달을 밟으며
내 영혼은 녹슬 겨를도 없이 自轉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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