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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길/이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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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6회 작성일 2025-02-09 18:00: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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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윤학

리어카 위에 꽃상여를 올려놓고
밀고 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비상등을 켜고
중앙선을 넘어
그들을 앞지른다

평생을 열매 만드는 공장,
과수원이 옆으로 펼쳐진다
물 속처럼 드러나는 하늘을
룸미러를 통해 쳐다본다

나는 지금,
어디로 밀려가고 있는가

뒷좌석 뒷유리 밑에서
바람이,
책장을 찢어발기고 있다

이제 나에게는
길에서 혼자 죽을 수 있는
독단도 남지 않았다

내가 달리는 속력을 앞질러 가는
내 생의 무지한 조급함과 언제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을까

급브레이크를 밟은 타이어 자국이
내 흐릿한 의식 속에 휘어진,
두 줄의 검은 혓바닥을 처넣는다

- 현대문학 19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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