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선] 유년기의 자화상/이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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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자화상/이성선
학질을 되게 앓던 날 새벽
할머니는 정한 뽕잎 하나 따서
정낭 귀틀에 깔고 그 옆에 나를 앉혀
혀로 뽕잎을 세 번 핥게 하신 후
다시 나를 업고
해 뜨는 봉우리
까마득한 바위 끝에 앉히고
내 머리 위에
동서남북의 바람을 불러들여
학질을 재판하셨습니다.
알 듯 모를 듯 주문을 외시던 할머니는
품속 칼을 선뜻 꺼내
푸른 바다 뜨는 해를 향해
십자를 긋고
이어 그 무선 칼날로 내 머리를 그으셨습니다.
내 몸 안으로 부서져 내리는 칼 소리
내 몸 온 구석에 부서져 하얗게 빛나는 칼 빛
할머니는 나를 업고 다시
개울로 가셨습니다.
할미꽃 잎사귀를 손바닥에 비벼
내 콧구멍을 막아주시고
징검다리를 건너뛰게 하셨습니다.
할미꽃 잎사귀의 독한 향기는
몸에 스미어 내 눈에 별빛이 번쩍이고
나는 별 밭 징검돌 은하수를
반은 죽어 건너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하는 사이
칼 빛에 두려운 학질 무리가
할미꽃 향기에 질려
별 밭 하늘로 도망가고 말았는가.
돌아오는 마을 어귀에
풀 꽃잎 까치울음 함께 떠서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학질을 되게 앓던 날 새벽
할머니는 정한 뽕잎 하나 따서
정낭 귀틀에 깔고 그 옆에 나를 앉혀
혀로 뽕잎을 세 번 핥게 하신 후
다시 나를 업고
해 뜨는 봉우리
까마득한 바위 끝에 앉히고
내 머리 위에
동서남북의 바람을 불러들여
학질을 재판하셨습니다.
알 듯 모를 듯 주문을 외시던 할머니는
품속 칼을 선뜻 꺼내
푸른 바다 뜨는 해를 향해
십자를 긋고
이어 그 무선 칼날로 내 머리를 그으셨습니다.
내 몸 안으로 부서져 내리는 칼 소리
내 몸 온 구석에 부서져 하얗게 빛나는 칼 빛
할머니는 나를 업고 다시
개울로 가셨습니다.
할미꽃 잎사귀를 손바닥에 비벼
내 콧구멍을 막아주시고
징검다리를 건너뛰게 하셨습니다.
할미꽃 잎사귀의 독한 향기는
몸에 스미어 내 눈에 별빛이 번쩍이고
나는 별 밭 징검돌 은하수를
반은 죽어 건너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하는 사이
칼 빛에 두려운 학질 무리가
할미꽃 향기에 질려
별 밭 하늘로 도망가고 말았는가.
돌아오는 마을 어귀에
풀 꽃잎 까치울음 함께 떠서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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