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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 밥그릇 경전/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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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92회 작성일 2025-02-01 18:17:3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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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경전/이덕규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러운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금강(金剛)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로 굴리고 밟고
으르렁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마음대로 제 밥그릇을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 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 있는, 그 경전
꼼꼼히 내려가다 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
 
 
* 조주선사와 어느 학인과의 선문답.
 
-[밥그릇 경전], 실천문학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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