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 폭설/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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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유희경
하얀 눈길 위로 간신히 늙은 사람들 걸어간다 초조해지는 이 밤에 나는 곱창을 구우며 한 사내의 첫사랑과 밤을 새워 그가 썼던 한 통의 편지를 읽는다 그는 한때를 글썽이고 도축된 기억 위로 수증기가 자욱하기만 하다
믿을 수 없겠지만, 나는 기침을 뱉으며 언 손으로 쥔 계이름을 생각한다 비스듬한 지금, 나는 이 모든 것이 노래 같다 바깥은 여전히 청춘의 겨울이 쏟아낸 삼킨 것들
하얗다 아직의 시간 속으로 우리라는 초췌한 이름 눈 덮인 오늘 밤은 거대한 동굴 같기만 하다 침묵을 지키고 뜨거워지는 낮을 대하자니, 문득, 눈이 쌓인 다음 날에 내가 아프다
- 유희경,『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 2011)
하얀 눈길 위로 간신히 늙은 사람들 걸어간다 초조해지는 이 밤에 나는 곱창을 구우며 한 사내의 첫사랑과 밤을 새워 그가 썼던 한 통의 편지를 읽는다 그는 한때를 글썽이고 도축된 기억 위로 수증기가 자욱하기만 하다
믿을 수 없겠지만, 나는 기침을 뱉으며 언 손으로 쥔 계이름을 생각한다 비스듬한 지금, 나는 이 모든 것이 노래 같다 바깥은 여전히 청춘의 겨울이 쏟아낸 삼킨 것들
하얗다 아직의 시간 속으로 우리라는 초췌한 이름 눈 덮인 오늘 밤은 거대한 동굴 같기만 하다 침묵을 지키고 뜨거워지는 낮을 대하자니, 문득, 눈이 쌓인 다음 날에 내가 아프다
- 유희경,『오늘 아침 단어』(문학과지성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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