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천] 저녁의 그네/여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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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그네/여태천
집을 비우기로 한 날
방 한쪽이 조금씩 비어간다
기구와 집기들이 다른 쪽에 차곡차곡 쌓이고
탁자 위에 의자가 의자 위에 주전자가
그리고 늙은 가방이
힘없이 다른 것에 제 몸을 얹는
제 모두를 다 주고도
남는 것들
중심을 잡기 위해 끼워둔 종이뭉치를 치우자
책상이 흔들리고
몇 개의 동전과 편지 몇 통이 쏟아지고
방이 따라서 흔들거렸다
누군가 모르게
이 저녁의 그네를 미는 것이다
조용히 이삿짐 트럭이 멀리서 달려오고
물건과 함께 집이
위태롭게 제 몸을 트럭 위에 싣는다
집을 비우며
마지막처럼 힘껏
그네를 한 번 밀어주고는
그네의 흔들림을 끝까지 보고 서 있다
- 『국외자들』(랜덤하우스중앙, 2006)
집을 비우기로 한 날
방 한쪽이 조금씩 비어간다
기구와 집기들이 다른 쪽에 차곡차곡 쌓이고
탁자 위에 의자가 의자 위에 주전자가
그리고 늙은 가방이
힘없이 다른 것에 제 몸을 얹는
제 모두를 다 주고도
남는 것들
중심을 잡기 위해 끼워둔 종이뭉치를 치우자
책상이 흔들리고
몇 개의 동전과 편지 몇 통이 쏟아지고
방이 따라서 흔들거렸다
누군가 모르게
이 저녁의 그네를 미는 것이다
조용히 이삿짐 트럭이 멀리서 달려오고
물건과 함께 집이
위태롭게 제 몸을 트럭 위에 싣는다
집을 비우며
마지막처럼 힘껏
그네를 한 번 밀어주고는
그네의 흔들림을 끝까지 보고 서 있다
- 『국외자들』(랜덤하우스중앙,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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