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몸살/이대흠 > 아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53
어제
1,043
최대
3,544
전체
348,868
  • H
  • HOME

 

[이대흠] 젖몸살/이대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7회 작성일 2025-05-30 16:05:24 댓글 0

본문

젖몸살/이대흠

​오래전에 가지가 잘려나갔으리라

팽나무 중동에 옹이 두 개 나란히 박혀 있다
젖몸살을 앓는 여자의 검붉은 젖꼭지처럼 망울져 있다
슴벅슴벅 아리는 쓰라림을 함께 앓아
보이지 않는 가지로 여전히 아프다는 듯이
환지통을 앓는 사람의 어깨처럼
쭈글쭈글한 상흔

놓친 가지를 향한 그리움과 애탐이 옹이로 뭉치도록
얼마나 속앓이를 하였으랴
타버린 속이 시커멓게 비어 있다

그리움 쪽으로 기어이 고개 내밀고 있는 옹이들
딱딱하게 굳은 옹이의 꼭지에는 무언가가 이어져
가만가만 손짓하고 있다

명절 전날이면 신작로 쪽으로 몸이 쏠린 노인들이
그 나무 아래에서 웅성거리곤 하였다

- 『귀가 서럽다』(창비, 20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