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무] 참새와 삼태미/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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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삼태미/이재무
닭장 둘레나 허청 구석
작대기로 세워놓은 삼태미 속에
볍씨 한줌 뿌려놓으면
대숲에서 한낮의 무료
지저귀던 겨울 참새 떼
웅덩이로 고이는 물처럼 스며들었지
죽음을 지척에 두고
주린 배 채우느라 여념 없었지
봉당이나 마루 끝에는
생사 관장하는 소년이,
작대기 허리에 매어져 있는
선고의 줄 끝을 잡고
삼십 리는 짧아진 동지 볕에
게으르게 졸고 있다가
예끼 이놈들
그저 심심풀이로 줄 잡아당겼지
발 빠른 놈들 다 도망가고
운 없는 몇 놈
우리에 갇혀 피 울음을 토했지
그런 날 밤엔
사랑방에 마실꾼들 붐볐고
동치미가 바닥이 났고
밤새 눈이 내렸지
나 오늘 삼태미 속
볍씨에 눈먼 겨울 참새들처럼
반성도 동요도 없이
일상을 사는 것은 아닐까
어디서 날아온 돌멩이 하나
추억의 이마 툭, 치고 간다
- 『벌초』(천년의시작, 2003)
닭장 둘레나 허청 구석
작대기로 세워놓은 삼태미 속에
볍씨 한줌 뿌려놓으면
대숲에서 한낮의 무료
지저귀던 겨울 참새 떼
웅덩이로 고이는 물처럼 스며들었지
죽음을 지척에 두고
주린 배 채우느라 여념 없었지
봉당이나 마루 끝에는
생사 관장하는 소년이,
작대기 허리에 매어져 있는
선고의 줄 끝을 잡고
삼십 리는 짧아진 동지 볕에
게으르게 졸고 있다가
예끼 이놈들
그저 심심풀이로 줄 잡아당겼지
발 빠른 놈들 다 도망가고
운 없는 몇 놈
우리에 갇혀 피 울음을 토했지
그런 날 밤엔
사랑방에 마실꾼들 붐볐고
동치미가 바닥이 났고
밤새 눈이 내렸지
나 오늘 삼태미 속
볍씨에 눈먼 겨울 참새들처럼
반성도 동요도 없이
일상을 사는 것은 아닐까
어디서 날아온 돌멩이 하나
추억의 이마 툭, 치고 간다
- 『벌초』(천년의시작,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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