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달아나는 말/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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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는 말/송찬호
곡마단의 말이
곡마단의 파란 말이
산 너머 골짜기 양치류 여자를 사랑했다
곡마단 파란 말은
등에 포도주 잔을 태우고
원형 공연장을 돌았다
포도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공연이 끝나면 파란 말은
불덩이처럼 여자에게 달려가곤 했다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파란 말 귓속에 한 움큼씩 데이지꽃이 피었다
곡마단 파란 말은 양치류 여자에게
함께 떠나자고 졸랐다
파란 말이 철푸덕 싸놓은
말똥이 이 말을 엿들었다
곡마단 파란 말은
사는 게 모두가 곡예라면서
높은 허공 외줄을 타는 여자라도
공 속에 들어있는 여자라도 사랑하겠노라 다짐했다
곡마단 파란 말이
불덩이처럼 달려갔다
캄캄한 밤을 데리고 검은 침대를 등에 태우고
어느 때인지 양치류 밭엔 말이 자고 간 흔적만 남았다
곡마단 천막 극장은 뭉게구름 같아서
언제 떠날 줄 모르지
곡마단이 떠나면
철푸덕 싸놓은 말똥의 운명은 이제 누가 알리
곡마단의 말이
곡마단의 파란 말이
산 너머 골짜기 양치류 여자를 사랑했다
곡마단 파란 말은
등에 포도주 잔을 태우고
원형 공연장을 돌았다
포도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공연이 끝나면 파란 말은
불덩이처럼 여자에게 달려가곤 했다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파란 말 귓속에 한 움큼씩 데이지꽃이 피었다
곡마단 파란 말은 양치류 여자에게
함께 떠나자고 졸랐다
파란 말이 철푸덕 싸놓은
말똥이 이 말을 엿들었다
곡마단 파란 말은
사는 게 모두가 곡예라면서
높은 허공 외줄을 타는 여자라도
공 속에 들어있는 여자라도 사랑하겠노라 다짐했다
곡마단 파란 말이
불덩이처럼 달려갔다
캄캄한 밤을 데리고 검은 침대를 등에 태우고
어느 때인지 양치류 밭엔 말이 자고 간 흔적만 남았다
곡마단 천막 극장은 뭉게구름 같아서
언제 떠날 줄 모르지
곡마단이 떠나면
철푸덕 싸놓은 말똥의 운명은 이제 누가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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