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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권] 참새와 방앗간/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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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0회 작성일 2025-05-30 17:38: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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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방앗간/송수권

한국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섬진강변
19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암탉처럼 숨어들어 알을 낳고 싶은
알자리 하나가 있다
평사리 앞들이다.
황금 벼이삭이 출렁일 때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왜 이 암탉골을 가상공간으로 설정해서
대하소설을 낳았는지 그 심중을 헤아리게 된다
참새가 방앗간을 보고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었으랴!
섬진강을 건너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14연대
신빨치산도 그랬을 것 같다

그들은 1951년 11월 29일 새벽에서
12월 1일까지 사흘간이나 이 방앗간에 머무르면서
벼를 찧어 산으로 날랐다고 한다.
여자들은 머리에 쌀가마니와 김칫독을 이고
실한 장정들은 쇠죽을 쑤는 무쇠솥 가마를 수도 없이
세석평전 지하 무기 고트로 날랐다고 한다.
이 악양전투가 참이라면
쇠꽃과 빨랭이 꽃이 핀 무쇠솥은 매장 문화재로서
백 년 후엔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떠오르겠구나 싶다

하동으로 들어가는 섬진강 19번 국도변엔
'기록이 햇빛에 물들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를 기념하는 빗돌에는
그렇게 새겨져 있다

- 『빨치산』(고요아침,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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