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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오월/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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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6회 작성일 2025-05-30 08:12: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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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송찬호

냇물에 떠내려오는 저 난분분 꽃잎들
술 자욱 얼룩진 너럭바위들
사슴들은 놀다 벌써 돌아들 갔다
그들이 버리고 간 관(冠)을 쓰고 논들
이제 무슨 흥이 있을까 춘절(春節)은 이미 지나가버렸다

염소와 물푸레나무와의 질긴 연애도 끝났다
염소의 고삐는 수없이 물푸레나무를 친친 감았고 뿔은 또 그걸 들이받았다
지친 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 숲으로 돌아가고
염소는 고삐를 끊은 채 집을 찾아 돌아왔다

그러나 그딴 실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돗자리 말아 등에 지고 강아지풀 고릴 잡고
더듬더듬 들길을 따라오는 저 맹인 악사를 보아라
저 맹목의 초록이 더욱 짙어지기 전에,

지금은 청보리 한 톨에 바람의 말씀을 더 새겨넣어야 할 때
둠벙은 수위를 높여 소금쟁이 학교를 열어야 할 때
살찐 붕어들이 버드나무 가랑이 사이 수초를 들락날락해야 할 때!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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