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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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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머리에 한 됫박 피를 들이붓는 계관(鷄冠)식 날이었다
폭풍에 멀리 날아간 우산을 찾아 소년 무지개가 집을 떠나는 날이었다
앵두나무 그늘에 버려진 하모니카도 썩은 어금니로 환하게 웃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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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가까운 곳에서 맨드라미 동문들이 찾아와 축하를 해준 날이었다
봉숭아 금잔화 천일홍 등으로 구성된 장독대 악단의 찬조 공연도 펼쳐진 날이었다
우리도 가만있을 순 없지, 일요회 소속 맨드라미파 화가들도 풍경화 몇 점 남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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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약소한데요, 인근 슈퍼에서 후원한 박카스도 한 병씩 돌리는 날이었다
오늘 참 이상한 날이네 웬 붉은 깍두기들이 이리 많이 모였지?
땀 뻘뻘 흘리며 나비 검침원이 여기저기 찔러보고 날아다니는 긴긴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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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