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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신발​/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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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회 작성일 2025-05-22 18:40: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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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서정주

 나보고 명절날 신으라고 아버지가 사다주신 내 신발을 나는 먼 바다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에서 장난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내 이 신발은 벌써 변산 콧등 밑의 개 안을 벗어나서 이 세상의 온갖 바닷가를 내 대신 굽이치며 놀아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이어서 그것 대신의 신발을 또 한켤레 사다가 신겨주시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용품일 뿐, 그 대용품을 신고 명절을 맞이해야 했었습니다. 그래, 내가 스스로 내 신발을 사 신게 된 뒤에도 예순이 다 된 지금까지 나는 아직 대용품으로 신발을 사 신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그대로 있습니다.

 - 『푸르는 날』(미래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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