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신경림 ​ > 사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1,307
어제
1,666
최대
3,544
전체
329,093
  • H
  • HOME

 

[신경림] 낮달​/신경림 ​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회 작성일 2025-05-20 17:55:29 댓글 0

본문

낮달​/신경림

주문을 받은 주인은 가슴에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산다
중년을 넘긴 아낙은 얼굴에
쌍꺼풀 수술 자욱을
지니고 산다

상 위에 날려와 놓이는 보리밥에는
언덕에 피어 있던 달착지근한
찔레꽃이 묻어 있다
앞동산 애총의 황토가 섞여 있다
뚱뚱한 본처의 앙칼진 강짜가
씁쓸한 맛으로 끼여 있다
이것들에다

된장에 고추장에 산나물을 섞어
진한 화냥기까지 두루 섞어
썩썩 비비는 아낙의 손에는
낮달처럼 바랜 지난날의
얘기가 묻어 있다

-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창작과비평사, 199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