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삿날 밤/신경림 > 사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674
어제
1,666
최대
3,544
전체
328,460
  • H
  • HOME

 

[신경림] 제삿날 밤/신경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회 작성일 2025-05-20 17:50:31 댓글 0

본문

제삿날 밤/신경림

나는 죽은 당숙의 이름을 모른다.
구죽죽이 겨울비가 내리는 제삿날 밤
할일 없는 집안 젊은이들은
초저녁부터 군불 지핀 건넌방에 모여
갑오를 떼고 장기를 두고.
남폿불을 단 툇마루에서는
녹두를 가는 맷돌 소리.
두루마기 자락에 풀 비린내를 묻힌
먼 마을에서 아저씨들이 오면
우리는 칸데라를 들고 나가
지붕을 뒤져 참새를 잡는다.
이 답답한 가슴에 구죽죽이
겨울비가 내리는 당숙의 제삿날 밤.
울분 속에서 짧은 젊음을 보낸
그 당숙의 이름을 나는 모르고.

-  『農舞』(창작과비평사, 197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