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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석] 멸치/성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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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회 작성일 2025-05-18 10:02: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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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성윤석

봄꽃 다 떨어지고 오월 나무들은 바다와 같이
푸르름으로 마주 서고 공중화장실 거울을 보며,
야 이 개새끼야 스스로에게
소리 지를 때 생아. 내 젖통 내 젖통 하며 무거운 멸치젓통을
들고 뛰어다니는 거구의 일일상회 여자처럼
생아.
메가리를 담은 종이 상자를 엇박자로 메어놓은
저 탱탱한 고무줄들처럼 생아.
모든 약속들이 젓이 되어, 냄새마저 나지 않을 때
봄날의 간지러운 언약들이 다시 수만의 치어가 되는
꿈을 나는 꾸는구나 어느새 그 치어들 한 마리 한 마리
눈알들도 기억하고 있구나 생아.
고단함의 고무통에 비닐을 씌우고 하루 벌이를 주물럭
주물럭거리는 저 여자처럼
생아. 언제 어느 곳에서
내가 당신에게서 튀어 오르는 당신 생각들을 외면하며
방파제 등대에 기대어 서서 쓴 편지는 결코 보여주지 않으리

- ​『멍게』(문학과지성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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