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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 돌 속에 처음부터 부처가 있었네*/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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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9회 작성일 2025-04-24 08:41: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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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에 처음부터 부처가 있었네*/송유미

운주에서 손 없는 머슴 부처 만났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참 반가웠지만,
두 손을 기브스하고 있어
악수를 청할 수가 없었다.
흰 눈을 가사처럼 겹겹이 껴입고
초병의 부동자세로, 다리 없는 부처,
목이 없는 부처, 앉은뱅이 부처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촘촘한 속눈썹에 눈이 쌓여가는 밤이면
뚜벅뚜벅 순찰이라도 도는 것일까
주위에는 발자국 무수히 찍혀 있었다.
우리네 세상살이처럼
잘난 부처들은 잘난 부처끼리
못난 부처들은 못난 부처끼리 사는 것이 편한 것일까.
사진 멀쩡한 부처 하나 없는 천 명의 부처들,
팍팍한 돌 속에서 다리 없는 부처는
팔이 없는 부처의 팔이 되어주고
눈이 없는 부처는
팔이 없는 머슴 부처의 손이 되어
운주運舟 한 척 정박해 놓았다.

 *송재학 시인의 시에서 인용

- 『검은 옥수수밭의 동화』(도서출판 애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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