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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미] ​청계천, 푸른 달을 마시다/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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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2회 작성일 2025-04-24 08:40: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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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푸른 달을 마시다/송유미

잿빛 판잣집에서 젊은 엄마
물을 마시러 나와 푸른 달을 마시네.
대야에 동동 뜨는 달을 마시네.
손톱 끝이 다 부서진 두 손으로
실보풀 가득 묻은 얼굴 씻다가
진통도 없이 달을 토하듯
나를 개천開川*에서 낳으시네.
쌍둥이 하나 그만 바구니에 담아 떠내려 보내시네.

나귀 등에 푸른 달 싣고 청포묵 싣고
할아버지, 종로 빈대떡 집으로
명월관으로 배달 다니시다가
수표교 오시면 목도 마르고 다리도 아프시네.
지친 나귀에게 물을 먹이려다가
개천에 달이 동동 뜨는 것이
청포묵 같아 움켜쥐다가 아, 글쎄
뼈빠지게 번 돈을 다리 아래로 다 떠내려 보내시네.

청계천 1가 지나 청계천 3가 지나
미싱 소리 요란한 평화시장 오면

물이 길 같다는 생각.
길이 물 같다는 생각.

내 몸이 물이 되어
푸른 달을 마시네.

*청계천의 원명

 -  『검은 옥수수밭의 동화』(도서출판 애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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