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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국수를 먹으며/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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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2회 작성일 2025-04-12 12:56: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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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먹으며/신달자

황혼녘 변두리 음식점에서 혼자 국수를 먹는다
먼데서 온 사람처럼 낯선 음식점에서 뜨거운 국수를 먹으며 창문을 흔드는 바람소리를 듣는다
오늘같이 불쑥 걸어나온 싱거운 내 발길에 국수장국 같은 간간한 맛이라도 배일 것인가
국수 하나 먹는 일에 몸을 바치며 땀흘리듯 그렇게 무용하게 땀흘리며 살아온 날들이 많았다
빈 박 속같은 가슴에 비린 국물을 마시고 조금씩 어두어 가는 낯선 창 밖을 내려다보는
내 인생은 얼머나 비린 것일까
그러나 순결한 시간이여 헛헛한 어깨를 낮추며 해 저문 거리의 어둠을 밟는다

- 『이제야 너희를 만났다』(문학수첩,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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