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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나의 의자들/신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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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0회 작성일 2025-04-12 12:55: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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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자들/신달자

열흘 여행에서 돌아와
고요의 내 집 문을 여는 순간
무진장 기다림에 지친
나의 의자들을 본다
책상 앞의 의자 식탁 앞의 의자 화장대 앞의 의자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 같은
나의 의자들은 두 팔 벌리고 열흘을 저렇게 온몸 귀가 돼
내 발소리를 듣고 있었을까
사흘 나흘이 돼도 안 오니
온몸의 감각을 들추고 서 있었으리

저것들…… 저 신의 무릎 같은 평온을
나의 식구로 나는 기대었으리
너에게
서 있는 일은 벌이 아니다
평화의 방석으로 내 몸을 받아들이는

오직 나만 앉아 그를 의자이게 하는 것
열흘 동안 의자는 굶어 있었다

- ​『북촌』(민음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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