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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폐광/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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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8회 작성일 2025-04-06 22:19: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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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신경림

그날 끌려간 삼촌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리개차가 감석을 날라 붓던 버력더미 위에
민들레가 피어도 그냥 춥던 사월
지까다비를 신은 삼촌의 친구들은
우리 집 봉당에 모여 소주를 켰다.
나는 그들이 주먹을 치는 까닭을 몰랐다.
밤이면 숱한 빈 움막에서 도깨비가 나온대서
칸데라 불이 흐린 뒷방에 박혀
늙은 덕대가 접어준 딱지를 세었다.
바람은 복대기를 몰아다가 문을 때리고
낙반으로 깔려죽은 내 친구들의 아버지
그 목소리를 흉내내며 울었다.
전쟁이 끝났는데도 마을 젊은이들은
하나하나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았다.
빈 금구덩이서는 대낮에도 귀신이 울어
부엉이 울음이 삼촌의 술주정보다도 지겨웠다.

- 신경림, 『農舞』(창작과비평사,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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