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느티나무들/신경림 > 사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660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8,407
  • H
  • HOME

 

[신경림] 우리 동네 느티나무들/신경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34회 작성일 2025-04-06 22:14:46 댓글 0

본문

우리 동네 느티나무들/신경림

산비알에 돌밭에 저절로 나서
저희들끼리 자라면서
재재발거리고 떠들어 쌓고
밀고 당기고 간지럼질도 시키고
시새우고 토라지고 다투고
시든 잎 생기면 서로 떼어 주고
아픈 곳은 만져도 주고
끌어안기도 하고 기대기도 하고
이렇게 저희들끼리 자라서는
늙으면 동무나무 썩은 가질랑
슬쩍 잘라 주기도 하고
세월에 곪고 터진 상처는
긴 혀로 핥아 주기도 하다가
열매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머리와 어깨와 다리에
가지와 줄기에
주렁주렁 달았다가는
별 많은 밤을 골라 그것들을
하나하나 떼어 온 고을에 뿌리는
우리 동네 늙은 느티나무들

- 신경림, 『쓰러진 자의 꿈』(창작과비평사, 199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