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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동행/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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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5회 작성일 2025-04-06 22:14: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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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同行)/신경림

그 여자는 열살 난 딸 얘기를 했다
그 신고 싶어하는 흰 운동화와
도시락 대신 싸 가는 고구마 얘기를 했다

아침부터 가랑비가 왔다
명아주 깔린 주막집 마당은 돌가루가 하얗고
나는 화장품을 파는 그 여자를 향해
실실 헤픈 웃음을 웃었다

몸에 밴 그 여자의 비린내를 나는 몰랐다
어물전 그 가난 속에 얽힌 얘기를 나는 몰랐다

느린 벽시계가 세 시를 치면
자다 일어난 밤대거리들이 지분댔다
활석 광산 아래 마을에는
아침부터 비가 오고
우리는 어느새 동행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그러나 우리는 서로 묻지 않았다

- 신경림,『農舞』(창작과비평사,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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