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시장/신경림 > 사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오늘
217
어제
861
최대
3,544
전체
297,964
  • H
  • HOME

 

[신경림] 길음시장/신경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이창민 조회 29회 작성일 2025-04-06 22:05:14 댓글 0

본문

길음시장/신경림

여기는 서울이 아니다
팔도 각 고장에서 못살고 쫓겨온
뜨내기들이 모여들어 좌판을 벌인 장거리
예삿날인데도 건어물전 앞에서는 한낮에
윷이냐 샅이냐 윷놀이판이 벌어지고
경로당 마당에서는 삼채굿가락의
좌도 농악이 흥을 돋군다
생선장수 아낙네들은 덩달아 두레삼도 삼고
늙은 씨름꾼은 꽃나부춤에 신명을 푸는데
텔리비전에서 연속극이라도 시작되면
일 나간 아낙들이 돌아올 시간이라면서
미지기로 놀던 상쇠도 중쇠도 빠지고
싸구려 소리가 높아지면서
길음시장은 비로소 서울이 된다

 - 신경림,『여름날』(미래사, 199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