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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폐역/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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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4회 작성일 2025-04-06 22:04: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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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廢驛)/신경림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초저녁
여인숙 입구에 새빨간 새알 전등
급행열차가 쉴새없이 간다
완행도 간간이 덜컹대며 지나다가
생각난 듯 기적을 울리지만
복덕방에 앉아 졸고 있는
귀먹은 퇴직 역장은 듣지 못한다
멀리서 화통방아 돌아가는 소리
장이 서던 때도 있었나 보다
거멓게 썩은 덧문이 닫힌 송방 앞
빗물 먹은 불빛에 맨드라미가 빨갛다

늙은 개가 비실대며 빗속을 간다
가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없다

- 신경림,『쓰러진 자의 꿈』(창작과비평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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