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춘궁기/박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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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궁기/박흥식
전교생이 마흔아홉뿐인 포천분교
자전거길을 따라 운동장이 새로 녹으면
마흔아홉에서도 빠지고
일찌감치 서울의 기민함에서도 빠졌고
결혼에서도
휴일의 여정에서도 빠져버린 총각 선생님이
텅 빈 교무실에 곱상하게 나와 앉아
미루고 미뤄왔던 포천의 명물
막걸리맛이나 제대로 알아볼 참으로
손구락 휘휘 저어 목젖에 깊게 지를 때면
아부지의 텔레비에서 쫓겨나고
안마당 가구공장서 쫓겨나고
엄마의 막걸리집에서 쫓겨나
학교밖엔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창가에 봄햇살처럼 파안하게 몰려왔다가
저렇게 먹으면 취하는데
저렇게 먹으면 취할 텐데
키를 틀어 걱정들이 한창이다가
얼굴을 겹쳐놓구 웃구 들까불다가
자전거길은 그예 구불구불 얼어붙고
다시 심심하게 흩어지는 아이들의
발자국을 짜륵짜륵 따라오던 저물녘 살얼음도
이제는 오래 되어 재미를 잃었다는
거기는 포천하구두 머나먼 달 뜰 때까지.
전교생이 마흔아홉뿐인 포천분교
자전거길을 따라 운동장이 새로 녹으면
마흔아홉에서도 빠지고
일찌감치 서울의 기민함에서도 빠졌고
결혼에서도
휴일의 여정에서도 빠져버린 총각 선생님이
텅 빈 교무실에 곱상하게 나와 앉아
미루고 미뤄왔던 포천의 명물
막걸리맛이나 제대로 알아볼 참으로
손구락 휘휘 저어 목젖에 깊게 지를 때면
아부지의 텔레비에서 쫓겨나고
안마당 가구공장서 쫓겨나고
엄마의 막걸리집에서 쫓겨나
학교밖엔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창가에 봄햇살처럼 파안하게 몰려왔다가
저렇게 먹으면 취하는데
저렇게 먹으면 취할 텐데
키를 틀어 걱정들이 한창이다가
얼굴을 겹쳐놓구 웃구 들까불다가
자전거길은 그예 구불구불 얼어붙고
다시 심심하게 흩어지는 아이들의
발자국을 짜륵짜륵 따라오던 저물녘 살얼음도
이제는 오래 되어 재미를 잃었다는
거기는 포천하구두 머나먼 달 뜰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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