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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초저녁 달/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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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5회 작성일 2025-04-20 15:33: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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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 달/박형준

내게도 매달릴 수 있는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침에는 이슬로
저녁에는 어디 갔다 돌아오는 바람처럼

그러나 때로는
나무가 있어서 빛나고 싶다

석양 속을 날아온 고추잠자리 한 쌍이
허공에서 교미를 하다가 나무에 내려앉듯이

불 속에 서 있는 듯하면서도 타지 않는
화롯가의 농담(濃淡)으로 식어간다

내게도 그런 뜨겁지만
한적한 저녁이 있었으면 좋겠다

- 『불탄 집』(천년의시작,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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