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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희] 충혈/박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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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14회 작성일 2025-04-20 10:54: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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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혈/박설희

거센 바람에 떠밀려 가다 보았다
공중에 멈춘
갈매기 한 마리

날개를 힘껏 쫙 펴고
필사적으로 견딘다
깃털마다 부풀리는 바람

침묵으로 저항하는
몸뚱이가 부들부들 떨린다
떠밀리면 모든 게 끝이라는 듯
충혈된 몸

저 멀리 궁평항 방파제에는
새우깡을 낚아채는 부리들의 묘기로
함성과 웃음이 폭죽처럼 터지는데
날개를 꺾을 듯 몰아치는 바람 속
공중에 닻을 내려
버틴다,
세상의 바람은 다 와보라는

그 시선이 뚫어지게 닿은 곳
출렁이며 꿈쩍 않는 바다
잔비늘 낱낱이 온통 불타오르는 바다

-  『꽃은 바퀴다』(실천문학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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