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외삼촌 찾으러 갈 테다/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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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 찾으러 갈 테다/박남준
장기수 할아버지 북으로 떠나는 송별잔치에서
인사드렸던 몇 분의 손에 건네주었다 이런 쪽지, 외삼촌을 찾아 주세요
박남준: 시인, 1957년 전남 법성포 출생
아버지: 박상혁(1921년 음력 11월 8일생)
어머니: 이갑경(1924년 음력 9월 23일생)
외할아버지: 이희복(1902년생)
1957년 대남 공작원으로 남파
1961년 검거
1962년 대전교도소에서 옥사
이모: 이갑진
빨치산으로 활동
1954년경 대전교도소에서 옥사
외삼촌: 이순원(1927년 음력 7월 16일생) 아명은 용운,
황해도 해주에서 사신다고 함
나 태어나던 해 어느 밤
간첩이라는 이름으로 사위집을 찾으셨던 외할아버지
외삼촌은 그때 해주 어디에 사신다 했지
외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오지 않았다고 끝내 방 빗장을 걸어 잠갔고
도란도란 딸과 사위 앉혀놓고 밀린 정담이나 나눴을까
김 나는 밥 한 그릇 목이 메어 어찌 드셨을까
외할아버지 통행금지 풀린 새벽길을 떠나셨다지
얼마나 무섭고 떨리는 밤이었을까 그 밤
얼마나 서럽고 가슴 미어지던 밤이었을까
몇년 후 그 딸네 집 풍비박산 났었지
끌려가고 두드려 맞고 서대문형무소 옥살이하고
불고지죄로 풀려나셨지요
사위가 장인을 신고 안한 죄
딸이 아버지를, 아내가 남편을 신고 안한 죄
어머니, 어머니는 어머니의 아버지 무덤도 모르신다지요
외삼촌의 얼굴 기억하는 이들 하나둘 세상을 뜨고
어머니와 막내이모 그만 두 분 남았는데
이산가족상봉 신청서 아들 몰래 내고
몇해째 무소식에 애 끓이시던 어머니 아직은 눈감지 마셔요
당신이 그랬듯 나도 슬쩍 북으로 가는 인편에 소식 띄웠는데
삼년이 지났어요 이 지척의 땅 이제 내가 가야겠어요
저 분단의 철조망이나 압록강을 무단 건너서라도
살았는지 죽었는지 양단간의 소식 기어이 물어올 테니
기다리셔요 그날까지 꼭꼭 기다리셔요
- 『적막』(창비, 2005)
장기수 할아버지 북으로 떠나는 송별잔치에서
인사드렸던 몇 분의 손에 건네주었다 이런 쪽지, 외삼촌을 찾아 주세요
박남준: 시인, 1957년 전남 법성포 출생
아버지: 박상혁(1921년 음력 11월 8일생)
어머니: 이갑경(1924년 음력 9월 23일생)
외할아버지: 이희복(1902년생)
1957년 대남 공작원으로 남파
1961년 검거
1962년 대전교도소에서 옥사
이모: 이갑진
빨치산으로 활동
1954년경 대전교도소에서 옥사
외삼촌: 이순원(1927년 음력 7월 16일생) 아명은 용운,
황해도 해주에서 사신다고 함
나 태어나던 해 어느 밤
간첩이라는 이름으로 사위집을 찾으셨던 외할아버지
외삼촌은 그때 해주 어디에 사신다 했지
외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오지 않았다고 끝내 방 빗장을 걸어 잠갔고
도란도란 딸과 사위 앉혀놓고 밀린 정담이나 나눴을까
김 나는 밥 한 그릇 목이 메어 어찌 드셨을까
외할아버지 통행금지 풀린 새벽길을 떠나셨다지
얼마나 무섭고 떨리는 밤이었을까 그 밤
얼마나 서럽고 가슴 미어지던 밤이었을까
몇년 후 그 딸네 집 풍비박산 났었지
끌려가고 두드려 맞고 서대문형무소 옥살이하고
불고지죄로 풀려나셨지요
사위가 장인을 신고 안한 죄
딸이 아버지를, 아내가 남편을 신고 안한 죄
어머니, 어머니는 어머니의 아버지 무덤도 모르신다지요
외삼촌의 얼굴 기억하는 이들 하나둘 세상을 뜨고
어머니와 막내이모 그만 두 분 남았는데
이산가족상봉 신청서 아들 몰래 내고
몇해째 무소식에 애 끓이시던 어머니 아직은 눈감지 마셔요
당신이 그랬듯 나도 슬쩍 북으로 가는 인편에 소식 띄웠는데
삼년이 지났어요 이 지척의 땅 이제 내가 가야겠어요
저 분단의 철조망이나 압록강을 무단 건너서라도
살았는지 죽었는지 양단간의 소식 기어이 물어올 테니
기다리셔요 그날까지 꼭꼭 기다리셔요
- 『적막』(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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