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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산] 길 밖의 길/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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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0회 작성일 2025-04-12 12:34:5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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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밖의 길/백무산

뻔한 길을 잘못 든 남산에서
발 닿는 곳마다 벼랑이다
이 작은 산에서 길 찾는 일은 쉬운 일이다
그래, 저 아래 세상길도
알고 보면 모두 폐쇄회로다
나는 길을 가려던 것이 아니라
산으로 왔던 것이다
길이 끊긴 곳에서 산이 아닌가
그러나 산은 또 무엇하랴
나는 산에서도 내려서라고 하였다
가파른 벼랑 끝에 다다라
나는 멈추었다

길과 산은 다하였고
나는 탑이 되었다
한 발 더 내딛지 못하고
탑은 다시 길이 되어
산을 내려간다
걸어가는 이 몸이 길이 되었다

- 『길 밖의 길』(도서출판 갈무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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