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문병/백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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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백무산
아버지가 자리에 눕자 식구들보다 동네사람들이 먼저 혀를 찼다. 아버지 노래는 고복수가 발벗고 따라올 노래라 그 노래에 취했던 술친구들이 몰랐을리 없었다. 친구들이 마지막 본다고 멀리서도 다녀갔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더 초조해하시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하셨다. 신부님도 수녀님도 다녀갔으나 마음을 영 놓치 못하셨다.
자리에 곧추앉기도 어려울 즈음, 또 한 친구 분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고함을 질러대었는데, 어이, 인술이 있나? 바람을 일으키며 두어 걸음만에 대문에서 방까지 들어서는 눈이 부리부리한 사람은 여자였다. 왜놈 순사 때려잡던 장부가 누구한테 얻어터져 이래 뻗었노! 아버지는 그 여자를 과부조합장이라고 불렀고 몹시 반겼다.
여자는 누운 아버지 곁에 앉자마자 열아홉 살이나 되는 내가 지켜보는데도 거침없이 아버지의 바지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아래를 더듬었다. 니 걱정할 거 없다. 칠일 안에 마 죽든지 살든지 할끼다. 한 번 가지 두 번 가나? 그러고는 아버지의 귀에 대고 뭐라 몇 마디 더 하더니 오던 걸음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돌아갔다. 그날 밤 아버지는 거짓말처럼 깊은 잠에 들고 마음을 놓으셨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나는 그 조합장에게는 꼭 인사를 가야지 했는데 나의 객지 밥술이 목에 걸려 결국 가지 못하였다. 그때 그 귓속말도 끝내 듣지 못하고, 조합장도 이내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 『길 밖의 길』(도서출판 갈무리, 2004)
아버지가 자리에 눕자 식구들보다 동네사람들이 먼저 혀를 찼다. 아버지 노래는 고복수가 발벗고 따라올 노래라 그 노래에 취했던 술친구들이 몰랐을리 없었다. 친구들이 마지막 본다고 멀리서도 다녀갔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더 초조해하시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하셨다. 신부님도 수녀님도 다녀갔으나 마음을 영 놓치 못하셨다.
자리에 곧추앉기도 어려울 즈음, 또 한 친구 분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고함을 질러대었는데, 어이, 인술이 있나? 바람을 일으키며 두어 걸음만에 대문에서 방까지 들어서는 눈이 부리부리한 사람은 여자였다. 왜놈 순사 때려잡던 장부가 누구한테 얻어터져 이래 뻗었노! 아버지는 그 여자를 과부조합장이라고 불렀고 몹시 반겼다.
여자는 누운 아버지 곁에 앉자마자 열아홉 살이나 되는 내가 지켜보는데도 거침없이 아버지의 바지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아래를 더듬었다. 니 걱정할 거 없다. 칠일 안에 마 죽든지 살든지 할끼다. 한 번 가지 두 번 가나? 그러고는 아버지의 귀에 대고 뭐라 몇 마디 더 하더니 오던 걸음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돌아갔다. 그날 밤 아버지는 거짓말처럼 깊은 잠에 들고 마음을 놓으셨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나는 그 조합장에게는 꼭 인사를 가야지 했는데 나의 객지 밥술이 목에 걸려 결국 가지 못하였다. 그때 그 귓속말도 끝내 듣지 못하고, 조합장도 이내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 『길 밖의 길』(도서출판 갈무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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