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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나의 시/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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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5회 작성일 2025-04-12 10:28: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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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박철

나는 나의 시가
슬픔에 흠뻑 젖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에 버림받은 여인
돌아와 첫사랑을 생각하고
산다는 일에 지친 사내
토요일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그들이 나의 시를 읽다가
조용히 흐느껴 울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눈물이
그들이 가진 슬픔의 전부였으면 좋겠다
아픔이 한 차례 가슴을 쓸고 간 뒤
조용히 책장을 덮고
일어서 건널목을 건넜으면 좋겠다
다시 젖어 살다가
누군가 담장 밑에 웅크리고 앉은 이 있어
그의 손으로 슬며시 넘겨주는
그런 시였으면 좋겠다

  - 『사랑을 쓰다』(열음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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