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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새/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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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22회 작성일 2025-04-12 10:28:0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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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박철

봄이다
아카시아 꽃잎이 칼질하듯 날린다
새는 섬뜩하여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봐라 산처럼 주저앉은 노을의 봄을
봄은 천천히 너를 사랑하였다
마침내 오던 눈발이며 밤을 도와 내린 이슬비까지
하물며 거리의 옷깃으로 봄은 절규하였다
그렇게 사랑하였으나
삶이
봄처럼 언제까지 너를 기다릴 것이냐

빗물이다
초복날 빗물이 창틀을 잡고
문턱을 더듬으며 기웃거린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인간의 삶이 궁금한 빗물과
날아가 지난 봄엔 희망의 햇살과
따뜻하게 악수도 나누었을 새
한마리 새
발자국 빗물에 씻겨간다

- 『험준한 사랑』(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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