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리] 거미의 힘/박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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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힘/박규리
오랜만에 창을 여니
거미줄이 나의 방을 눈부신 빗장으로 채워놓았다
눈물보다 강한 제 몸의 뿌리를 하늘 향해 거침없이 뻗어올렸다
믿을 수 없다
거미가 이 넓은 세상을 온몸으로 거머쥐는 법
오직 단 한 줄로 엮은 이 슬픈 족쇄의
시작은 어디이고, 그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두려움에 떨리는 손으로 미리 끊어내지만 않는다면
기다림에 지쳐 이 무정한 끈을 먼저 놓지만 않는다면
아직도 나도, 쉿!
조금은 더 숨죽여 기다릴 게 남은 것 아니냐
문득, 이 자리에서
끊길 듯 끝나지 않는 내 사무친 노래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 박규리,『이 환장할 봄날에』(창비, 2004)
오랜만에 창을 여니
거미줄이 나의 방을 눈부신 빗장으로 채워놓았다
눈물보다 강한 제 몸의 뿌리를 하늘 향해 거침없이 뻗어올렸다
믿을 수 없다
거미가 이 넓은 세상을 온몸으로 거머쥐는 법
오직 단 한 줄로 엮은 이 슬픈 족쇄의
시작은 어디이고, 그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두려움에 떨리는 손으로 미리 끊어내지만 않는다면
기다림에 지쳐 이 무정한 끈을 먼저 놓지만 않는다면
아직도 나도, 쉿!
조금은 더 숨죽여 기다릴 게 남은 것 아니냐
문득, 이 자리에서
끊길 듯 끝나지 않는 내 사무친 노래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 박규리,『이 환장할 봄날에』(창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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