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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덕] 딸기의 사생활/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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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창민 조회 36회 작성일 2025-06-25 11:09: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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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의 사생활/마경덕

맨발로 기어가는
척추가 없는 생, 마디마디 헛뿌리를 내민다
흙밭을 뒹구는
노숙의 힘으로 딸기밭은 번성한다

입덧의 계절,
헛구역질하는 봄이 달콤해진다
게워낸 붉은 물에 잎자루가 무겁다
비닐하우스로 이전해 사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그녀들

벌통 하나가 딸기밭을 다스린다
집단 사육당한 사랑들,
철없이 무더기로 태어나도 호적에도 못 오르는
벌의 혼외자식들

땅과 하늘의 궁합, 날개가 뒤섞여도
여전히 바닥이 우성優性이다

어차피 노골적인 그녀들
살구 자두 복숭아처럼 굳이 씨를 감추지 않는다
맨몸에
깨알 같은 씨를 촘촘히 박는 전략으로
딸기의 사생활은 이어진다

- ​『사물의 입』(도서출판 가림토,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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